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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의 시작-설계 기초 데이터의 중요성

패시브의 시작-설계 기초 데이터의 중요성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할 때 언제부터지는 몰라도 근거에 대한 논의가 황폐화된지 오래되었다. 오직 디자인, 외피, 매스, 색에 관련된 단어만 난무한지 오래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건물은 삶이다. 건물을 밖에서 보는 사람은 사실 건물과 직접 관련이 없다. 건물은 안에서 사는 사람이 더 중요한 것은 자명하다.

 

안에 있는 사람에게 이롭기 위해서는 건물의 성능을 따져야 한다. 밖에서 건물을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건물안이 춥든, 결로가 줄줄 흐르든, 파이프가 터지든, 녹물이 나오든 상관이 없다. 그저 아름답기만 하면 된다.

 

건축가는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이다. 양 날개를 펴야 제대로 된 집이 된다.

 

협회 홈페이지에서 정성적 방법과 정량적 방법의 차이를 여러차례 강조한 바가 있다. 그 정량화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성능이며 그것을 이룩하는 것도 건축가의 몫이다.  디자인의 감각이 정성적 방법이라 한다면 그 디자인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정량적 방법이다. 그럼 정교한 디테일은 정량적인 것인가? 디테일은 정성과 정량의 가교 역할일 뿐이다.

 

창을 모양으로 고르는 시대가 된지 오래되었다. 모양으로만 창을 고른다면 건축가와 건축주가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다못해 길을 지나가는 불특정다수도 자기 안목에 의해 창을 다 고를 수 있다.  건축가는 최소한 그것보다 더 알아야 한다. 그럼 창을 벽에 달아매는 디테일을 알고있다고 해서 건축가인가? 그 것도 아니다.  창의 성능을 보는 안목과 그 창문의 성능을 제대로 내기 위한 디테일, 그리고 창의 모양을 제대로 선택하는 안목 이 세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설계의 영역인 것이다. 도면에 입면과 더불어 24mm 복층유리(알루미늄 프레임) 이라고 적어 놓으면 건축가의 일이 모두 끝난 것인가? 그럼 그 창의 성능은 누가 보장하는가?

 

아래 그림은 국내 한 창호회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의 일부이다.

 

 

 

 

 

 

 

 

 

 

 

 

 

 

 

 

 

 

 

붉게 줄을 그어 놓은 글이 이른 바 성능과 관련된 글의 전부인데 성능을 제대로 표시한 글은 도무지 찾을 수 가 없다. "특수", "극대화한", "충분한", "뛰어난" .....무협지의 글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현상을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건축가 이다. 건축가가 창호를 선택할 때 성능을 묻지 않고..또  묻더라도 이런 식의 무협지같은 성능의 말로 만족을 하니 창호회사에서도 성능을 제대로 표시할 일이 없다.  건축가와 창호회사 간의 대화는 짧고 굵다. "이 창 단열 잘 됩니까?" "네. 정말 좋습니다. 그 유명한 00회사 창보다도 더 좋습니다" "오~. 좋네요....알겠습니다" .. 이런 식의 대화는 인류의 행복에 전혀 보탬이 되질 않는다.

다시 창호회사 홈페이지 내용으로 가보자. 오른쪽에 그나마 성능을 표시하는 숫자가 있다. 그런데.. 단위가 없다. "kcal" 인지 "w" 인지 "개"인지 "마리"인지 건축가는 사실 이 내용을 보면 화를 내야 한다. 그만큼 국내 자재회사가 건축가를 정말 무시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일반 알미늄 이중창" 이라고 적고 놓고선 그 것보다 자사의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일반 알미늄 이중창"을 아래에 두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믿고 선택할 것인가?

창호의 성능은 열관류율, 기밀성, 내풍압강도를 숫자로만 간단히 표현하고 관련된 시험성적서만 올려놓으면 된다. 궂이 타사의 알지도 못하는 제품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그건 건축가의 몫이다.

이 창호회사 홈페이지 어디에도 시험성적서를 찾을 수 없었다.

아래는 독일 유명창호 회사인 Veka 미국법인의 홈페이지 이다.

 

 

 

 

 

 

 

 

 

 

 

 

 

 

 

 

 

 

 

 

 

 

 

 

 

 

 

 

 

 

 

 

 

 

 

 

 

 

 

 

 

 

 

 

 

 

 

 

 

 

 

 

 

프레임에 대한 치수 등의 자료와 열관류율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처음엔 내풍압성이나 기밀성에 대한 숫자가 없어서 의아해 했는데. 찾아 보았더니. 외쪽 아래 붉은 박스를 친 부분의 코드들이 미국산업안전코드와 창호시험코드에 대한 사항인데, 이 시험방식에 의해서 단열과 내풍압성, 기밀성을 충족시켰다는 내용이다.

이런 것이 창호회사 홈페이지가 갖추어야할 덕목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보가 창호 성능의 전부를 말하지는 않는다. 숫자를 믿고 사용해 보았더니 결국 좋게 느껴지지 않는 창호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아픈 경험은 더 나은 창호를 만들도록 독촉하는 순기능이 있다. 숫자라는 근거가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의의를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기본이 되는 숫자를 무시한 경험은 우리나라의 집이 좋아지는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시험성적서를 요구하면 가방을 한참 뒤져서 내 놓은 뒤 ...타 회사에서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해서 다니기 때문에 그 쪽 수치가 높게 나와 있더라도 믿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자재 회사도 있다. 그럼 무얼 믿어야 하는가? 말? 행동? ...... 결국 서로가 자기 시장을 죽이고 다닌다.

박봉의 설계사무소에서 낙중의 하나가 특정 자재회사의 제품을 설계에 반영해 주고 술을 얻어먹는 것이다. 그걸 말릴 생각도 없지만 최소한 따질 것을 따지고 난 후 주어진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제품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술도 맛있고 잘 넘어 간다.

패시브하우스는 데이타 싸움이다. 정량화된 재료가 있어야 제대로 된 패시브하우스가 된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누가 보아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시공사별로 일일이 다 지어보기 전에는 품질의 차이를 알 수도 없고, 집을 짓고 나면 10년을 늙는 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정성적 방법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정성적 주택시장일 수록 신규업체가 뛰어들기 편하다. 기술적 기반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입이 쉬워 경쟁은 더 가열되고 차별화방법은 오로지 가격 경쟁만 남는다. 가격을 싸게 하고 이윤을 남기려니 자재는 더 나빠지고 성능을 따지기 시작하면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다. 오히려 설계,시공자가 성능에 대한 논의를 피하게 된다. 빈곤의 악순환이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

그동안 이런 시장의 변화를 꾀하려고 노력하던 회사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회사가 짓는 집은 가격이 높다. 시장에 회사의 진실성을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냥 비싼 건지 제대로 해서 비싼 건지 확인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 개인의 노력으로 이 시장이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에너지총량제가 시행된다. 강제적으로 성능을 요구한다는 이야기이다. 비록 이것이 건물에 들어가는 많은 자재의 일부일 뿐이긴 하지만 시대가 설계/시공자에게 변화를 요구한다는 반증인 것이다.

이런 정량화로의 변화는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고통스럽다고 피할 수 있었던 때가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 단독주택 시장에서 설계와 시공이 합쳐진지 꽤 되었다. 일부 집을 제외하고는 시공사에서 설계까지 하고 있다. 설계사무소는 그저 허가만 대행할 뿐이다. 매번 설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해봐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설계사무소에서 하는 설계와 시공사에서 하는 설계의 차이를 알게 되지 못하는 이상 그 구조는 바뀔 리가 없다. 차이가 없는데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왜곡된 시장구조를 만든 책임은 시공사에게도 있겠지만 설계사무소의 책임이 더 크다.

데이타를 무시하지 말자. 결국 누가 무어라 해도 건축설계는 서비스업이다.

무형의 기술을 팔고 돈을 받는 일이다. 설계비가 적어서 이런데 까지 신경 쓸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데 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설계비가 작아 진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때 이다.

결론은 짧다. 패시브하우스를 이야기하기 전에 제대로 된 집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 패시브건축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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