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 - 부산 산복도로 위 협소주택
ㅣ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 - 부산 산복도로 위 협소주택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
부산 산복도로 위 협소주택
주변과 잘 어울리는 차분한 색상으로 구성된 단아한 외관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의 삶을 꿈꾸는 3040세대에게 협소주택은 그 대안으로 충분해 보인다.
연회색의 드라이 비트로 마감한 주택 / 전망이 좋은 남쪽으로 크게 창을 내고, 인접한 대지에 건물이 생길 것을 감안해 해당 면에는 창을 필요한 만큼만 냈다.
부산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 주택은 영도 산복 도로의 끝, 계획도로에 의해 잘려나간 23평 남짓의 자투리땅 위에 지어졌다. '일상 건축디자인 그룹' 조용의 대표는 주변 현장을 지나던 어느 날, 무심코 버려진 이 삼각형의 땅을 보면서 '저런 땅에도 과연 네 식구가 사는 살림집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와이퍼 건축사 사무소'의 윤재균 소장과 의기 투합해 "실험적인 주택이 될지라도 '설계와 시공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집'을 지어보자"라며 고민 끝에 땅 매매를 진행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1층 테라스
집의 면적이 작더라도 꼭 필요했던 주차 대문을 열고 현관을 바라본 모습. 약간 담장이 위요감을 형성하고 현관문을
공간 의 외부공간이 완충공간 역할을 한다. 어도 프라이버시를 지켜준다.
주택 계획에만 4개월을 공들이고 본격적인 시공에 앞서 측량을 진행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오래된 지역이라 면적 일부분을 옆집에서 외부 계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 이미 터를 잡고 사는 옆집을 허물지 않는 이상 계획안을 변경해야 했고, 몇 번의 수정 끝에 지금의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 집에서 거주할 건축주가 정해져 있고 그들의 구체적인 취향과 의견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불특정 다수의 수요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아파트의 공간감과 실 구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수요에 맞는 주택, 발코니가 있는 방, 다용도실이 딸린 주발, 적당한 너비의 계단 폭 등 공간이 적절한지 따지기 위해 작은 요소 하나에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SECTION
도로 옆 모퉁이에 자리한 주택의 외관은 각이 살아있어 날렵해 보이면서도, 오래된 동네의 분위기를 고려한 차분한 색상이 동네와 이질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주차공간을 마련하면서 설치한 셔터는 목재 사이딩의 양쪽 담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밝은 톤과 금속의 재질감이 경쾌한 느낌을 자아낸다.
1층은 주방 및 식당, 2층과 3층은 방 또는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층별로 공간을 구분했고, 각 층마다 화장실을 배치해 동선을 줄였다. 평면적으로는 계단을 중심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실과 남동향 빛을 받으면서 동네를 바라보는 실로 구분했다.
외부공간과 이어지는 'ㄷ'자 동선의 주방
주차공간과 연결된 1층의 큰 창은 협소한 공간에 빛을 끌어들인다.
전망을 위한 전면창과 남향 빛을 받기 위한 가로창을 설치했다. 협소주택이지만 화장실은 각 층마다 모두 설치해 이동의
모든 실의 면적이 꽤 넉넉하다. 편리함을 더했다.
한 층의 일부를 터 층고를 높이고 좁은 면적을 입체감으로 해결하는 협소주택도 많지만, 이 주택은 실용성과 보편성을 기반으로 평면을 구성하고 각 실의 면적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여타 협소주택에 비해 어느 실을 안방이나 거실로 두어도 넉넉하게 쓸 수 있는 면적의 공간이 마련되었다. 3층 방에서 발코니의 폴딩도어를 열면 영도의 고즈넉한 풍경과 남향 대교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3층 복도에서는 계단실에 난 창을 통해 저 멀리 오륙도도 확인할 수 있다.
제한된 조건과 시공 중 마주한 예기치 못한 상황 등 우여곡절이 많은 주택이었지만 조 대표와 윤 소장은 "층간 소음 문제,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 틀에 맞추어진 공간 등 아파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거형태를 원하는 이들에게 20평 자투리땅에서도 주거 대안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소회를 풀었다.
특히 이 집은 계단 이용이 힘들지 않고 협소주택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부부, 미취학 아동이나 저학년 자녀가 있는 부부 등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고 한다. 당연히 넓고 번듯한 정방형의 집보다 다소 불편하고 감수해야 하는 점도 있겠지만 모든 땅의 조건이, 사람들이 사정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실용적이면서도 개성을 살린 만듦새의 이 집이 단독주택을 열망하는 누군가에겐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3층 복도에서 바라본 계단 창
바다와 남향 대교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