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든 - 도심 속 13평 협소주택
ㅣ계단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든 - 도심 속 13평 협소주택
계단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든
김해 협소주택
How the house was built
"뛰지마. 조용히 해!" 층간 소음이 걱정된 아빠엄마는 어린 두 아이에게 늘 뛰지 말라며 주의를 줬다. 하지만 야단을 치면서도 '이건 정말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고 마음껏 뛰어도 좋은 집을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부산과 인접한 김해는 도시 이곳저것 주택단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핫한 위성도시다. 건축주 부부가 찾은 땅은 양옆으로 빌라와 주택들이 들어서 있었고, 주거환경개선지구에 해당했다. 도로나 인도 등 주변 인프라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대지면적이 90.40㎡(27.39평)에 불과했다. 집 짓는 것이 불가능한 넓이도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넉넉하게 집을 짓기도 모호한 크기였다. 하지만 필지 모양이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이라 설계만 잘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건축주는 리엔건축과의 깊이 있는 상담을 거쳐 '우리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도 야단치지 않아도 되는, 눈치보지 않은 집은 이렇게 탄생했다.
좁은 대지에 주차장을 두기 위해 과감히 1층은 필로티 구조로 만들었다. 주차장 남은 공간은 데크로 꾸며 아이들이 마당에서 놓 듯 뛰어다닐 수 있게 했다. 1층에서부터 본격적인 실내 공간이 시작돼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오히려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1층 현관에서 올라오면 가족 공동 공간인 거실과 부엌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으로 마감해 깔끔하고 시각적으로 넓
어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부엌과 거실은 ㄱ자로 배치해 공간 분리했다.
Concept & Point
작은 집, 특히 협소주택의 관건은 효율적인 공간 계획일 것이다. 물론 넓고 큰 집이라면 이러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른 상황에선 작아도 넓게 쓸 수 있는 공간 설계는 필수다. 집은 3층 건물로 계획했다(다락 층 제외). 대지가 제2종일반주거지역이었던 탓에 건폐율은 60%에 불과해 생활공간을 최대한 만들어내기 위해 층수가 많아졌다.
협소주택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주차장. 주차 시설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하다 1층 공간 절반은 주차장으로 하고, 나머지 공간에 현관만 두는 것으로 설계했다. 차를 주차하자마자 대문을 통해 집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필로티 구조로 만든 것. 덕분에 이격거리 등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마당을 대신해 데크가 들어섰고, 여기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논다. 또한, 비가 와도 비를 맞지 않고 주차장을 오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계단에는 벽을 꽉 채우는 책꽂이를 제작해 만들었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계단을 이용하며 책과 친해지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수납도 해결할 수 있다. 수많은 책이 계단 책꽂이에 채워지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일석삼조다.
작아도 갖출 건 모두 갖춘 집이다. 2층 거실 공간 중 일부를 테라스로 만들어 잠시 바람을 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좁은땅에 집을 지으면 이러한 외부 공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협소주택을 설계할 때는 수납과 공간효율성도 좋지만, 가족의 생활패턴과 성향을 파악해 외부 공간과 실내 공간의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
부부와 아이들을 위한 개인 공간. 안방은 좁은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큰 창호를 내 공간에 시각적인 효과를 줬다. 아이의방에는 따뜻한 색감의 도배지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은 집인 만큼 층으로 공간을 구분했다. 1층 현관에서 올라오면 가족 공동 공간인 2층이 나온다. 거실과 주방, 욕실, 베란다로 구성돼 있다. 주방은 거실과 분리하지 않은 오픈된 공간으로 구성해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또한, 욕실 입구에 만든 세탁실은 지저분한 물품을 보관할 수 있어 다용도실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 외부와 연결되는 베란다는 다소 답답할 수 있는 좁은 실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공간이다.
3층은 개인 공간을 위한 층으로 구성했다. 방 2개와 욕실, 내실로 구성했다. 욕실 앞에는 파티션벽을 세운 작은 전실 공간을 만들어 낸 점도 실용적이다. 지붕 바로 아래엔 6평 정도 되는 다락이 있다. 박공지붕의 장점을 살려 간단한 수납과 놀이가 가능해 활용성이 높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이 집의 포인트는 바로 각층을 연결하는 계단이다. 이동을 위한 주 공간인 계단에 수납의 기능을 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단 측면은 책장으로 구성해 아이들의 학습공간이자 놀이공간으로 구성해냈다. 계단 대부분이 커다란 도서관처럼 다이내믹하게 이어진다.
리엔건축 관계자는 "도심지를 벗어나기 힘들고, 나만의 주거 공간을 추가한다면 한 번쯤은 작은 집을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라면서도 "단, 입체적 구조인 협소주택 특성상 계단을 통한 공간 분리가 이뤄지는 만큼 이 때문에 발생하는 생활의 불편은 미리 인지해두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두아이와 부부가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욕실은 넉넉 1층부터 다락까지 실제 층수가 4층이나 되는 집이기 때문에
하게 만들었다. 심플한 화이트 톤의 욕실제품과 바닥의 욕실은 2층과 3층 각각 하나씩 뒀다. 앞으로 커갈 아이와 부부
블랙타일. 그레이 톤 벽 타일이 서로 어울린다. 가 불편 없이 욕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뛴다.
협소주택! 이게 궁금해요
협소주택에 어울리는 주택 구조가 있나요?
집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추천 구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테라스나 옥상에 계획한다면 목조보다는 방수에 유리한 콘크리트 구조가 좋고요, 단열을 중요시한다면 목조 구조가 더 낫겠죠, 빠른 공사를 원한다면 스틸하우스(경량철골조)를 추천합니다.
아무리 작은 땅이라도 집을 지을 수 있다던데요?
일단 도로가 접해있어야 합니다. 진입부에 경사가 낮은 부지가 유리하고요. 부지 모양은 큰 상관 없지만 가능하다면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의 반듯한 땅이 유리합니다. 좁은 부지인 데다 부정형 땅이라면, 아무래도 잃어버리는 공간이 많아 실제 거주기가 더 좁아질 수도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건축주가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면?
협소주택 대부분이 도심지에 지어지는데, 이 경우 아무래도 공사 중 발생하는 고음, 분진, 진동 등에 의한 민원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사의 난이도는 이우수 간의 관계에서 결정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공사 전 이웃 주민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 미리 양해를 구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렇게 미리 이야기해 놓은 것과 해 놓지 않은 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죠.
협소주택 짓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흔히들 협소주택이라고 하면 공사비가 많이 줄어들 거라 오해합니다. 하지만 공사 중 발생하는 공사비가 줄어드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협소주택은 일반적으로 3층 건물이 많습니다. 거기에 다락 층까지 계획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게 수직적인 이동 공간(계단)이 많아지면 계단 마감에 대한 비용이 일반적인 2층짜리 주택보다 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설계비는 큰 차이 없어도, 시공비가 오히려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
뒤에서 바라본 김해 협소주택, 비슷비슷한 모양의 다세대 건물과 비교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긴다. 직사각형의 대지 가로 폭이 얼핏보기에 협소주택인지 모를 정도다. 덕분에 일반적인 협소주택이 주는 시각적 긴장감보다는 넉넉하고 편안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