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콘크리트 주택의 단열.
ㅣ노출콘크리트 주택의 단열.
그 시공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과거에는 몇몇 건축가와 시공사의 전유물이었던 노출콘크리트가 이제는 상당히 보편적인 소재로 넘어온 듯 하다.
노출콘크리트라는 재료의 물성은 매우 강하다.
어느 책의 글을 옮기자면 "한 획의 재료"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듯 하다.
쇠거푸집, 망치소리, 그리고 부워넣는 거칠함의 과정을 거치면 마치 곤충이 껍질을 벗듯 나타나는 눈부시게 매끈한 콘크리트면이 가지는 매력은 참으로 놀랍다.
이미 1995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고, 우리나라에도 그 지명도가 매우 높은 일본의 안도다다오라는 건축가가 주된 소재로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크게 알려졌고, 그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앞선 건축가가 그 지평을 연 이후, 이제는 건축 소재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되었다.
<히메지 문학박물관 by 안도다다오, 출처:wikipedia.org>
그러나, 최근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노출콘크리트 주택의 곰팡이 하자와 추위, 난방비 문제이다. 안도의 작품집에는 그런게 없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인가?
노출콘크리트는 골조를 마감재로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열은 콘크리트중간에 하는 중단열과 외부만 노출콘크리트가 보이는 내단열 방식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데, 중단열은 여간해서는 공사비의 한계 때문에 실현되기가 거의 어렵고, 거의 내단열을 하게 된다.
이는 공동주택과 단열의 개념이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같은 방식으로 단열을 하는데 공동주택에서 발생하지 않는 문제가 왜 단독주택에서는 심각해 지는 것인가? (물론 내단열을 하는 공동주택도 많은 문제가 있기는 하다. 다만 그 심각성에 있어서 단독주택이 두드러질 뿐이다.)
기술자료실에 이미 올린 자료이기는 하나, 내단열은 아래 그림처럼 열교와 이에 따른 곰팡이 생성을 피할 수 없다. (노란색선이 곰팡이 생성온도이다.)
이 것이 공동주택에서 문제로 대두되지 않는 이유는 두가지 이다.
첫번째는 바닥난방
우리는 바닥난방을 하기 때문에 바닥 콘크리트의 열교로 인한 온도 하락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에 하자로 이어지지 않는다. 즉, 벽면에 곰팡이는 생겨도 바닥 모서리에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된다.
둘째는 방습층의 형성이다.
위의 열교시뮬레이션은 바닥 모서리도 문제지만, 벽면 속에 곰팡이 생성라인이 지나간다. 즉, 국내 공동주택의 석고보드를 뜯어내면 곰팡이가 잔득 펴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것도 큰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느다. 이유는 국내 공동주택의 최근 디테일을 보면 알 수 있다.
<공동주택의 단열개념도>
위의 그림처럼 내부에 석고부드를 치기 전에 방습층의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골조를 충분히 건조시키고 단열재를 설치한 후 사용중의 내부 습기가 차가운 골조와 만나지 않도록 방습층(PE비닐)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주택 측벽의 곰팡이 문제가 잘 생기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최근에 와서는 이 측벽에 콘센트 단자함도 만들지 않는다. 방습층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은 발코니 확장만 안했다면 측벽을 제외하고는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다. 위,아래,옆이 모두 다른 주택이기 때문에 벽체 온도가 크게 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어떠한가?
일단 바닥난방을 하는 것은 공동주택과 같다. 그러나, 공동주택의 지붕은 윗집의 바닥이지만, 단독주택은 그러하지 못하다. 사방이 외기와 면해있고, 벽면도 마찬가지다. 즉, 지붕도 외기와 면해있고 벽면도 사방이 공동주택의 측벽과 같다.
그런데, 단독주택에서 골조를 충분히 건조시키고 단열 공사를 하는가?
단독주택에서 석고보드를 치기전에 방습층을 만드는가?
절대 아니다.!!!!
그럴 정도로 건축주가 공사비를 주어본 적도 없고, 그렇게 공사를 해본 시공자도 없고, 그렇게 도면을 그리는 설계자도 없다.
일단 단독주택은 노출콘크리트라 할지라도 골조의 품질이 공동주택과 비교해서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벽과 내부 단열재사이에 이격부분이 많이 생길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석고보드도 그냥 붙힐 수 없고, 반드시 하지작업을 해야한다. 문제는 이 들 사이사이의 틈새와 공간으로 석고보드를 통과한 습기가 겨울에 그대로 결로로 이어지고, 곰팡이가 생성된다.
<단독주택 내단열>
위의 그림처럼 설계와 시공이 허술하게 이루어지는 단독주택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거기에 덧붙혀 내단열재를 열반사단열재를 사용한 노출콘크리트 주택은 아주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아래 사진은 노출콘크리트집의 내부 단열을 열반사단열재로 시공한 결과이다. (사진출처:세린에너피아)
1) 내부의 결로수가 심해져 노출콘크리트 외벽 틈새로 노출되고 있는 사진
2) 창호주위의 결로와 곰팡이
3) 내벽의 결로와 곰팡이
4) 바닥의 결로와 곰팡이
5) 석고보드를 제거하고 본 내부모습(결로수가 지속적으로 흐른 흔적이 보인다)
6)겨울 내내 결로수가 흘러내린 자국과 곰팡이 냄새
사진으로 곰팡이냄새까지 전달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심각한지 바로 느낄 수 있겠지만,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느낌이 가리라 생각한다.
결국 이 모든게 설계의 잘못이다. 맨날 시공탓하지 말고, 왜 단독주택에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안돼는지 알아야 한다.
왜 설계 탓인가?.. 라고 할지도 모를 분을 위해서 아래 그림을 첨부한다.
노출콘크리트를 유행시킨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일본의 주택 위치를 구글지도에 표시해 본 사진이다. 안도다다오는 하는데 왜 나는 못하는가? 라고 반문할 분을 위한 서비스이다.
주택의 위치 중 가장 북쪽의 주택을 기준으로 위도를 우리나라에 걸쳐 그려보았다.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노출콘크리트 주택의 분포는 동경 아래 쪽이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부산아래이다. 다시말하면 부산 위쪽으로는 안도다다오의 주택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모든 작품을 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100%는 아니다. 혹 이 글은 보고계신 분 중에 더 위도가 높은 곳에 시공된 안도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 주택이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결국 외기 온도가 부산보다 더 추운 곳에는 안도다다오도 주택을 설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중부권 기후가 노출콘크리트 주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안도다다오도 주택을 제외한 교회 등의 시설은 훨씬 추운 훗카이도에도 설계를 했다. (유명한 "물의 교회") 그러나, 주택을 제외하고는 겨울 실내습도가 낮기 때문에 비록 고통스럽게 추울지언정 결로와 곰팡이 하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일본은 공조문화라 그럴 확율이 더 낮다). 훗카이도에 있는 "물의 교회"를 겨울에 방문해본 여행자가 있다면 아시겠지만, 난방을 하지 않을 때 실내에서 느끼는 그 한기는 어마어마하다.
만약 노출콘크리트 주택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서울 근교 혹은 경기도권, 강원도권에 지어진 노출콘크리트의 주택에 살고 계신 분들께 한번 문의를 해보고, 노출콘크리트로 짓기를 바란다.
그 추위와 그 난방비와 그 결로와 그 곰팡이, 그 모두를 감내할 수 있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또한 건축가는 건축주가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노출콘크리트라는 매력에 빠져서 짓기를 원한다면, 부피형단열재에 방습층을 반드시 도면에 그리고, 시방서에 골조 건조시간을 충분히 반영하고, 방습층은 틈새없이 철저한 시공이 되기를 명기해야 한다.
이 글을 계기로 우리 협회에 걸려 오는 전화중에 노출콘크리트 주택을 패시브하우스로 할 수 있는지의 문의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도 노출콘크리트로 설계와 시공을 하시겠다는 분들께 단열방법에 대한 조언을 드리면 다음과 같다.
단열재 설치는 다음의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일체타설 시공
2. 단열재 + 완전한 방습층 시공
그러나, 실내측의 완전한 방습층 시공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가급적 일체타설을 권장하며, 2번 방법은 설명에서 제외하겠다.
일체타설은 잘만 시공된다면 최선의 방법이다. 상기 그림 중 <공동주택의 단열개념도>처럼 국내 대형시공사에서 시공되는 공동주택이 궂이 일체타설로 가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일체 타설만이 골조와 단열재사이의 공극을 완전히 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체타설시에 단열재 사이에 콘크리트가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하는데, 사진처럼 청테이프를 사용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 아니다. (타설 압력에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청테이프라도 붙히는 것이 나은 결과를 보인다. 즉, 차악의 선택이다.
아래 사진은 협회정회원사인 세린에너피아에서 일체타설시 사용하는 방법이다. 단열재 사이에 골을 파고 그 사이에 압출법단열재를 끼워 넣어 타설시의 공극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일체타설을 위한 단열재사이의 홈 작업 - 출처:세린에너피아>
다만, 홈이 가운데가 아닌 콘크리트타설면 쪽으로 좀더 옮겨졌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아예 단열재에 홈이 파여져 있는 제품도 있다. 하지만 비싸다.
<요철형태의 단열재, 출처:http://www.philippine-eps.de>
단열재의 종류는 경시변화가 있지만, 흡수율이 없는 압출법단열재 사용을 권장한다. 또한 만약 비드법단열재를 사용한다면 실내측에 추가로 방습층을 형성해야 한다. 내단열로 흡수율이 매우 높은 글라스울 등의 단열재 사용은 지양한다.
벽체의 구성방법은 다음과 같다.
<콘크리트 건물의 내단열 방법>
층간 모서리를 therm 으로 시뮬레이션하여 확대를 하면 다음과 같다. 모서리의 온도가 곰팡이 생성온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이 상세는 협회에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최근 지어지고 있는 공동주택의 표준 상세이다. 항상 그렇듯 최소한의 조건이다. 단독주택은 최소한 이보다 더 강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천장의 15mm 단열재 두께를 더 두껍게 할 수는 없다. 철근 피복두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층간 슬라브의 하부측 확대 - Therm 시뮬레이션>
노출콘크리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내단열을 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공동주택도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노출콘크리트 단독주택을 절대로 지어서는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공동주택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의 시공방법과 품질을 따라가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일단 골조의 품질부터 다르다.
이렇듯 최소한의 해결방법은 있지만, 결국 기술적으로 여러가지를 고려하다 보면, 단독주택을 노출콘크리트로 가는 것은 여러모로 말리고 싶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한국 패시브건축 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