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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공사, 현장관리인 배치 의무화 시행

직영공사, 현장관리인 배치 의무화 시행

직영공사, 현장관리인 배치 의무화 시행
친친디 시즌2-건축 어벤저스

지난 2월 4일, 건축법 개정ㆍ시행으로 이제 건축주가 소규모 건축물을 시공할 때 건설기술자를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하는, 이른바 ‘현장관리인 배치제’가 도입되었다. 이로 인해 시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2017년 2월 4일, 친친디 사무실에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협업을 하는 파트너 시공사 대표들로부터 직영공사를 진행하는 건축주들까지 전화가 빗발쳤다. 전화하는 이들마다 성토의 소리였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느냐?”라는 말을 출신ㆍ거주지역마다 각양각색의 사투리로 말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환장하겄네~! 어쩌라는 것이여 시방~!!!”이었다.

 

 

과연 무엇이 오늘의 이런 사태를 만든 것일까? 친친디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현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건축 어벤저스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특급기술자인 감홍곤 본부장의 브리핑을 받고서야 상황이 얼추 정리가 됐다. 첫 번째 이슈는 건축주가 소규모 건축물을 시공할 때 현장관리인을 지정하는 이른바, ‘현장관리인 배치제’의 시행이다. 골자는 아래와 같다.

 

 

# 건설산업 기본법 제1조 제1항에 해당하지 않은 건축물(소규모 건축물)의 건축주는 건설기술자 1명을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하여야 한다. - 위반시 5천만원 이하 벌금

 

 

# 현장관리인은 건축주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현장 이탈할 수 없다. - 위반 시 벌금 50만원

 

 

# 발주처 승인하면 한 현장관리인당 5억원 이내 공사 동일 지역 내 3개 현장 관리 가능

 

 

사실 친친디에서도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내부적으로도 이 정도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해당 지역 건축과와 지역 파트너 소장들에게 탐문해보니 어느 지역에서는 공사 현장으로 공문이 날아오고, 어느 지자체 담당과에서는 “아직은 거기까지 신경을 못 쓰고 있으니 알아서 진행하라”는 식의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우리도 이렇게 헛갈리는데. 일반 건축주들은 오죽할까?

 

 

이 시장 구조의 불투명함에 대해 수년간 취재를 해 온 친친디는 ‘이건 좀 시기상조 아닌가?’ 싶었다. 일단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리서치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발로 뛰는 취재를 감행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의 여건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정책’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건축주직영 규모 허가신고건 수, 퇴직기술자 수 비교

무엇보다 전국의 건축공사현장에 비해 건설기술자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사안의 팩트를 천천히 분석해보자. 건축법 개정에 따르면 “앞으로 건설업자에게 도급하지 않고 시공하는 모든 건축공사는 건설기술자 1명을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소규모의 건축주 직영공사는 건설기술자의 보유 및 배치기준을 적용받지 않다보니 건설업 미등록자의 부실시공으로 피해가 급증해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국토부 방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월 24일, 국토부는 2월 4일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한 모든 건축공사에 배치해야 하는 현장관리인 건설기술자 직무분야를 등급에 상관없이 ‘건축분야와 관련된 자’로 한다는 내용의 ‘현장관리인 배치제도 운영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배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여야 할 건축주의 현실은 막다른 길을 만난 듯 막막함 그 자체다.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에서 제공한 ‘건축 착공 허가ㆍ신고 건수(2015.01~2015.12 기준)’에 따르면 건설업자가 직접 시공하지 않는 경우는 전국 102,638건에 이른다. 이에 비해 현장관리인으로 배치할 수 있는 전국 건설기술자 수는 17,834명이다. 국토부 지침대로 직무분야가 건축분야로서, 사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건설기술자 수다. 그렇다면 17,834명의 건설기술자가 1년 동안 102,638개의 공사를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게 과연 가능한 상황일까?

+ 현장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기술자 수, 대책없는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


모 인터넷 건축전문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전라남도의 경우 사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건설기술자가 197명인데 비해, 2015년 기준 건축공사 수는 10,831건이다. 이렇게 되면 전라남도에서는 1명의 건설기술자가 1년 동안 약 55개의 공사현장에서 현장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해당 건설기술자가 손오공의 분신술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초능력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방의 경우,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건설기술자가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건설기술자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시스템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방 건축공사 현장의 경우, 현장관리자를 지정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다르게 말해 법을 지킬 방법 찾기가 참으로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 가서 얼마를 주고 현장관리인을 구하라는 말입니까요?”

 

개인이 인력사무소에 전화해서 건설기술자를 접촉하기도 어려운 상황. 이렇다보니 건축주가 설계자한테 현장관리인을 구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설계자 역시 이런 정보 네트워크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있지 않기에 건축주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축주가 건설기술자를 구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 시스템의 구축과 건설기술자의 확보를 위한 플랫폼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결론은 ‘건축주의 생각지도 못한 비용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현장에 만연해 있는 위장 직영시공 형태의 도급공사, 부실시공의 피해를 없애자는 취지로 제도권이 칼을 빼 들었다.”

친친디에서 설왕설래가 오갔던 두 번째 이슈는 “이제 직영공사는 아니 아니 아니되오~!” 수준의 입법 발의였다. 지난 1월 24일 입법 발의된 건설공사 시공자의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건설업자가 시공해야 하는 건축물 면적을 기존 661㎡(약 200평) 초과 주거용 건축물, 495㎡(150평) 초과 주거용 외의 건축물에서 85㎡ 초과 건축물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사실상 신고대상 건축물을 뺀 전 건축물에 해당한다. 비건설업자 등 무자격자가 시공할 수 있는 건축물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부실시공 및 하자보수 곤란 등 소비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취지였다. 특히 소규모 건축물 시공의 경우 부가가치세ㆍ소득세 등을 탈루하기 위해 건축주 직접시공으로 위장신고하고, 실제로는 무면허업자에게 도급을 줘 시공하는 ‘위장 직영시공’ 형태가 시장에 만연해 있다고 본 것이다. 건축주 직영시공을 허용하는 것은 자신이 사용하는 건축물의 시공에 과한 제약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나, 실제 이런 건축물 대부분이 다중 이용 혹은 분양 또는 매매ㆍ임대 대상이 되고 해당 규모 건축물의 시공능력을 갖춘 건축주도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직 입법발의 수준이라 향후 어떻게 될 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시장 형태를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제도권의 눈은 분명하다.

 

+ 비용 부담과 함께 건축주에게만 주어진 숙제


물론 긍정적인 기대효과도 있을 것이다. 건축주 직접 시공범위를 조정해 공중의 안전 확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설업 등록증 불법 면허 대여가 만연한 가운데 그 시장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여지가 농후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무자격 업체들은 서둘러 자격을 취득하겠지만, 결국 건축주 입장에서 보면 사업비가 또 상승할 것이다. 일단 직영공사라는 선택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불법 면허 대여 시장이 없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궁하면 통한다고 불법을 생각하지 않던 건축주라 하더라도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건축주들의 모험이 시작된다면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결국 면허 대여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 단속 넘어 표준화된 기술 지원과 제도 뒷받침이 절실


금번에 발의된 법안을 건축주들이 기꺼이 지키는 문화가 현실화되기까지 일방적인 단속만 한다면 매우 서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건축주에게 문제를 던져준 만큼 모범답안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건축주가 부담을 더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좀 나아지긴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의 주택품질보증제도와 같이 일정한 시공 품질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면허가 있는 업자라고 해서 품질 유지가 된다고 보는 건 현실과 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친친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많은 업체들과 면담을 하고 기술력 점검을 해보았지만, 면허가 있든 면허가 없든 사실 이 집짓기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세한 선수들은 표준화된 기술지원이 절실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건축사업의 운영에 관한 전문성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직영을 원하는 건축주들이 일괄 도급 형태의 건축 사업 외에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집을 짓는데 남의 손을 빌리고 싶지 않은 셀프 건축주’가 집을 지을 순수할 권리까지 원천적으로 뺏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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